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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일요일 밤이면 '비타민'을 열심히 봅니다.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열심히 체조를 할 때도 하나도 따라하지 않고, 운동이 좋다는 의사들의 이야기도 '그렇겠지'라고 흘려 들으면서도, 무슨 음식이 좋다고 하면, '엇, 그래? 저걸 좀 사다먹어볼까'하며 귀를 쫑긋 세웁니다. 아니 도대체, 하루 세끼나 제대로 잘 챙겨 먹든지, 주변 환경이나 깨끗이 하든지, 담배와 커피라도 줄이든지, 정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만 바라다니... 그렇게 스스로를 책망해보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인간입니다.
몇 주 전에는 머리카락 건강 이야기를 하더군요. 역시, 여기에는 귀가 솔깃했습니다.
설 전에 머리를 잘랐거든요.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기를 때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죠. 그냥 미용실에 가기가 싫어서 그냥 두다 보니 어느새 일 년 가까이 방치된 상태가 돼 버렸던 겁니다. 머리 좀 자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를까 하고 거울을 보다 보면 긴 머리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는 겁니다. 점점 진짜 병적으로 심해져 가는 이 외모에 대한 기이한 자신감은, 아마도 열등감의 또 다른 형태인가 봅니다. 뭐, 다듬지 않은 긴 머리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한 거지, 긴 머리의 제 모습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요즘은 어떤 차림새냐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어요. 애써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신경 쓰지 않는 것과 그냥 무신경해지는 것은 다른 일이죠. 머리가 길거나 짧거나, 머리 모양이 유행에 맞거나 맞지 않거나, 머리에 무엇을 발랐거나 바르지 않거나, 그런 일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비어 보이는 것에는 아주 민감해집니다. (머리가 비어... 아아, 머릿속이 빈 것은 뭐 당연하고요, 여기서 머리란, 머리카락을 이야기하는 게죠.)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왼쪽 이마 위쪽의 머리가 더 휑하게 보이고 정수리 부분도 속이 보입니다. 돼지털처럼 두꺼운 머리털이 무성하게 나 있었는데 이럴 수가. 신경을 좀 많이 쓰고 있을 때, 머리를 한 번 감을라치면 욕조 바닥이 머리카락으로 까맣게 덮일 정도로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것도 역시 보기에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유전적으로 대머리가 될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한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예요.
마침 그 때 비타민에서 머리카락 이야기를 한 겁니다.
좋은 샴푸를 택해서 매일 머리를 감아라.
순간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좋은 샴푸'란 말이 머릿속에서 댕댕댕 울렸습니다. 노튼 팬클럽에 등장하는 편집부 L 양이 언젠가 '샴푸를 좋은 것을 써야 해요'라고 한 말도 이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좋은 샴푸를 사야 해!
저도 모르는 사이 컴퓨터 앞에 앉아 샴푸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InStyle 미국판에서 해마다 4월호에 싣는 화장품 베스트 바이. 그 헤어케어 항목에 늘 등장하곤 하던 파이토 Phyto도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었군요.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사용 후기도 보고 미국 판매가와 국내 판매가의 비교를 마친 뒤, 내린 결론은 르네 휘테르의 포티샤 샴푸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주문했습니다.
도착 첫 날. 시키는 대로 잘 마사지를 했습니다. 거품을 내고 마사지를 한 뒤 2~3분 그냥 두라고 했지만 급한 성격에 1분 정도 지난 다음 헹궜습니다. 머리카락이 수없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전날에도 그 전전날에도 머리카락은 그 정도로 수없이 빠지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특히 많이 빠진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여튼 첫날이니 많이 빠질테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첫 날보다 머리가 덜 빠졌습니다. 몰랐는데, 설명서를 잘 보니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한 번만 쓰라고 하더군요. 많이들 그렇게 하겠지만, 저 역시 한 번으로는 깨끗히 씻기는 것 같지 않아 한 번 거품을 내서 헹구고 또 한 번 샴푸를 발라 머리를 감았거든요. 첫 날에도 두 번 썼더랬습니다. 둘째 날은 한 번만 썼어요.
셋째 날, 머리를 감는데 머리카락이 확실히 덜 빠집니다.
오늘까지 엿새를 써 보았는데 이것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머리를 손가락으로 마구 긁으며 터는 버릇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머리카락이 책상 위에 수북히 앉곤 했거든요 (그 버릇 때문에 제 컴퓨터 키보드는 안에는 머리카락이 잔뜩 끼어 형편없는 몰골이 되어 있어요). 지금 그렇게 털어 보아도 이제는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 가닥도!
이제 엿새를 썼으니 더 써보아야 하겠지만, 털어도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웬지 머리카락이 다시 아주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 들어 한없이 행복해집니다. 아아 몰라요, 르네 휘테르 제품에 대한 신뢰가 파바박 생기면서, 이것 저것 좋다는 것을 다 써야 할 것만 생각이 저를 휘어감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쓰라는 에센스 콤플렉스 5도 사야 할 것 같아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이 포티샤 샴푸는 탈모 방지용 제품이고, 매일 사용하되 일주일에 한 번은 자기 머리카락과 두피에 맞는 다른 제품을 쓰라고 합니다. 르네 휘테르의 제품 설명들을 보면, 대개가 일주일에 한 번은 샴푸를 다른 것을 쓰라고 나오는데 그게 자기들 연구 결과 머리에 좋다는군요. 그리고 마사지 한 뒤 이삼 분 정도 그냥 두라고 합니다. 저는 요즘 손가락 때문에 샤워를 못 해서 일 분도 못 참고 헹구고 있지만, 샤워를 할 때면, 먼저 머리를 감고 헹구지 않은 채 몸을 씻고 맨 나중에 머리를 헹구면 이삼 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은 르네 휘테르 한국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 by yonidong | 2006/02/09 22:58 | f*** my lin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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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노튼 at 2006/02/23 16:14
난 요즘 댕기머리. 한약 냄새가 어찌나 나는지, 머리 한번 감으면 한사발 들이킨 것 같은 느낌.
Commented by yonidong at 2006/02/25 09:38
노튼 님 이야기에 댕기머리를 웹에서 찾아보았지 뭐예요. 냄새는 알 수 없지만 패키지가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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